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같은 저출산 문제를 겪는 일본과, 출산율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공한 프랑스의 정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정책의 한계점과 개선 방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OECD 내 대표 국가인 한국, 일본, 프랑스의 저출산 대응정책을 비교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해보겠습니다.

한국: 현금지원 중심 정책, 구조적 해결 부족
한국은 2025년 현재 합계출산율이 0.7 이하로 떨어지며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수년간 수십 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저출산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영아수당 등 현금성 지원 중심의 정책입니다.
이러한 현금 중심 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적 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 출산율 반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주거, 보육, 고용 안정성과 같은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아 출산 결정을 주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적 장려금 지급이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일관성 없는 제도 설계로 인해 국민의 정책 체감도는 낮습니다. 더욱이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직장 내 보육시설 등 실질적 일가정 양립 지원은 일부 대기업 중심에 국한되어 있어, 보편적 정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출산·양육 환경 개선 중심의 보수적 접근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 문제를 겪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출산율은 1.2 수준입니다. 일본 정부는 출산 장려와 동시에 결혼과 출산을 결합된 문제로 인식하여 ‘결혼 지원’, ‘주택 지원’, ‘정규직 확대’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결혼 장려금 및 신혼부부 주거 지원 확대입니다. 지방 정부 중심으로 결혼 시 일정 금액을 지원하거나, 공동주택 입주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육아휴직 급여를 80% 수준으로 보장하며, 법적으로 남성도 동일한 권리를 가지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의 정책은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상가족 모델’을 전제로 한 제도가 대부분입니다. 미혼 출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은 미비하며, 이는 정책 효과의 한계를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일본의 강점은 철저한 행정 집행력과 직장 중심 육아제도입니다. 회사 내 보육시설, 정시 퇴근 장려, 남성 육아휴직 장려 등 직장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랑스: 전방위 가족정책으로 출산율 회복 사례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 출산율 하락을 겪었지만, 정부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가족정책으로 2020년대에 들어 OECD 평균 이상인 1.8 수준까지 회복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프랑스 정책의 핵심은 ‘가족 전체를 지원하는 시스템’과 ‘다양한 가족 형태 수용’입니다.
첫째, 프랑스는 출산에 대한 현금 지원보다는 양육비 절감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공립 보육시설이 전국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 부모가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어린이집 이용료도 소득 수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됩니다.
둘째, 프랑스의 조세 정책은 가족 단위 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출산이 곧 가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합니다.
셋째, 가족 형태 다양성 존중은 프랑스 정책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미혼부모, 재혼가정, 동거가정 등 법적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동일한 지원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출산 = 결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질적 출산율 제고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장려금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한 전체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갖추었기에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OECD 국가들의 저출산 대응 전략을 비교해 보면, 단순히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단기적이고 현금 중심의 정책에 머물러 있는 반면, 프랑스는 문화적 수용성과 시스템 중심 접근으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일본은 조직적이지만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이제 한국도 정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혼 여부나 가족 형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 장기적 복지제도, 안정된 보육 인프라를 갖춘다면, 저출산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